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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시사

분노의 알고리즘: 극우 유튜버와 한국 사회의 분열 구조

by 갤둔조이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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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알고리즘: 극우 유튜버와 한국 사회의 분열 구조"

한국 사회는 지금, 유튜브라는 무대 위에서 거대한 담론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극우 유튜버'로 불리는 이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그 영향력이 뉴스, 정당, 지역 커뮤니티를 넘어서 하나의 정치 세력처럼 작동하고 있다. 이들의 영상은 매일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구독자 수는 10만을 가볍게 넘고, 때로는 메이저 언론보다도 더 빠르고 자극적으로 사회 이슈를 선점한다.

이 현상은 단순히 '보수적 관점'이 확산된 것이 아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분노와 혐오, 음모론, 편향된 역사 해석이 교묘히 편집된 콘텐츠를 통해 '정보 소비자'들이 아닌 '신념 소비자'들을 양산하는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극우 유튜버는 누구를 위한 목소리인가

이들이 다루는 콘텐츠의 공통점은 매우 명확하다.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해 있다', '기성 언론과 정치권은 국민을 속이고 있다', '진실은 은폐되어 있으며, 오직 우리만이 이를 폭로한다.' 이른바 선민의식과 피해의식을 결합한 내러티브다. 이 내러티브는 특히 사회적 불만이 축적된 계층, 예컨대 고령층, 은퇴자, 지방 소도시 거주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다.

극우 유튜버들은 이들에게 ‘설명 가능한 세계’를 제공한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고, 사회의 문제를 특정 집단이나 이념으로 돌리는 구도는, 심리적으로 매우 강력한 위안을 준다. 이는 종교적 신념과도 유사한 구조로 작동하며, 그 결과 이들은 ‘뉴스를 본다’기보다 ‘신념을 확인한다’는 감각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알고리즘의 정치화, 플랫폼의 책임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극우 채널들의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클릭하고 머무른 콘텐츠를 분석해, 유사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추천한다. 이른바 '확증편향의 함정'이다. 결국 사용자는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고, 비판적 사고는 점점 약화된다.

더불어, 유튜브는 ‘클릭 수’가 곧 수익이 되는 구조다. 자극적일수록 이득이다. 이는 '팩트'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부추기는 시스템을 만들고, 극우 유튜버들은 이 점을 누구보다 잘 활용한다. 때로는 조작된 자막, 왜곡된 통계, 편집된 발언을 통해 '선동에 가까운 정보전'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는 플랫폼의 중립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기술적 책임 회피에 가깝다. 알고리즘 자체가 이미 정치화되어 있으며, 기술은 이념을 확산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의 극우 유튜버 현상은 단순한 '이념 싸움'의 결과물이 아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안과 신뢰 위기, 정보 격차, 세대 간 단절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특히 전통 언론에 대한 불신과 정치권에 대한 염증이 커지면서, 이들은 ‘대안 미디어’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퍼뜨리는 정보 중 상당수는 검증되지 않았거나, 명백히 왜곡된 것들이다. 단지 정치적 색깔이 다른 것을 넘어서, 공동체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허위 담론’이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자아낸다.

따라서 사회 전체가 이 현상을 단지 "보수의 목소리"로 오인하지 말고, 정보 문해력 강화, 미디어 교육 확대, 플랫폼의 규제 책임 강화 등의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중장년층과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더는 선택이 아니다. '정보 소외계층'이 아닌, '정보 과잉 속의 착시'에 빠진 계층이 존재하는 지금, 교육의 역할은 과거보다 더욱 중요하다.


마치며: 우리는 지금 무엇을 믿고 있는가

극우 유튜버 현상은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믿고, 얼마나 자주 분노하며, 얼마나 간편한 진실을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이 거울 앞에서 사회는, 그리고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실보다 감정을 좇는 정보 환경에서,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고 지루하며, 클릭 수는 적다. 하지만 공동체를 지탱하는 것은 바로 그런 불편한 진실을 감내하고 견디는 힘에서 비롯된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커질수록, 그 속에 담기는 우리의 믿음도 함께 더 정교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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